이선옥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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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제자(남)와 성관계한 30대 학원강사(여)를 처벌한 
아래 판결에 대한 문제의식: 문제는 기본권이다.

판결문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의 내용을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일단 기사 내용을 기준으로 보자면 우려가 되는 판결이다.


1. 의제강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형법상 의제강간죄(특정 연령 이하의 성교는 강요에 의한 것으로 보아 처벌하는 죄)에 해당하는 연령은 13세 미만이다. 이는 13세부터는 성적자기결정권을 법적 권리로 보장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사건에서 법정 구속된 여성강사는 30대이고 남학생은 13세 중학생이었으므로 의제강간죄 연령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랬다면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처벌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판결문을 읽지 않았으니 일단은 추정으로 쓴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법적 권리로 보장받고 있는 13세의 남성과 30대의 여성이 성관계를 가졌고 둘 모두 합의 하에 관계한 것이라 주장한다. 남학생은 상대 여성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도 했다. 서로 피해가 없고, 권리의 침해가 없으며 위법한 행위도 없다. 
그런데 재판부는 “ㄴ군이 남성이고, 성인에 가까운 신장을 가졌다 하더라도 13세에 불과해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아동복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여성을 법정 구속했다.


2. 기본권에 대한 재판부의 자의적인 변용이다

이 판결에서 우려하는 건 청소년의 성 문제에서 권리와 보호 사이의 갈등, 의제강간 연령의 상향조정 같은 이슈보다 ‘기본권의 자의적 변형과 적용’이다. 
13세 미만을 의제강간죄 적용 연령으로 정한 이유는 아주 특수하게 예외인 경우(장애가 있어 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든지)를 제외하고, 해당 연령 이상의 시민은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가지며 기본 권리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제도적 보장이다.
이는 도덕이나 윤리, 사회통념과는 다른 차원의 구속력을 가진다.

재판부는 판결의 근거로 아동복지법의 입법취지를 주장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은 만18세까지다. 그렇다면 18세 범위 안에 있는 청소년과 성관계를 한 사람이 같은 사안으로 법정에 선다면 합의한 관계라 주장해도 처벌이 가능하다. 사회 통념상 13세와 18세의 완성도는 많이 다르고, 개별 인간마다 신체적, 정신적 성숙도의 차이도 있다. 하지만 기본권이란 다름과 다양성이라는 변수들을 감안하더라도 해당 연령의 모든 시민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기본권’이다. 연령은 권리의 침해를 정당화하는 요소가 될 수 없다.

기본권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오히려 아동복지법을 그렇게 해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논리라면 의제강간을 법제화한 의미가 사라진다. 형법상 처벌이 안 되는 사안을 행위의 위법성이 아닌 연령을 기준으로 다른 법을 가져와 처벌하는 것은 처벌이라는 목적을 위해 자의적으로 법을 수단화 하는 것이며,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는 일이다. 또한 시민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침해한다.


3. 사법부의 보수화와 기본권의 후퇴를 우려한다.

의제강간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되어 왔다. 어린 여성과 중년 남성의 관계가 법정으로 갈 때 특히 주장이 강해진다. 당사자들이 합의한 관계라 해도 미성년이 인식하는 ‘합의’의 개념은 왜곡 될 수 있으며,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이로 13세는 너무 어리다는 게 연령 상향조정을 주장하는 이들의 요지다. 
반면 청소년의 성에 대해 보호와 규제 중심의 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주로 청소년 당사자들이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안은 ‘성’이라는 선정적인 요소 때문에 중요한 문제를 놓치게 된다. 어린 청소년과 성인의 섹스, 도덕과 윤리 같은 사회통념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사안이라서 가십으로 소비되기도 쉽다. 청소년의 성 문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민감한 성 문제라서가 아니라 권리의 주체인 시민들에게 기본권을 보장하고 확장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요즘 성 문제와 관련해서 사법부가 엄벌주의로 가고 보수화 되는 데 우려가 있다. 여론의 압박도 심하고, 사회 전반의 분위기 또한 그렇게 가기 때문에 이를 의식할 수 밖에 없다 해도, 어떤 경우든 기본권이 왜 기본권인지 그 의미를 기억했으면 한다. 
사법부는 시민들의 기본권을 지키는 보루이지 않은가.

(덧: 판결문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쓴 글이므로 정확한 사실관계가 다를 수 있다. 요지는 기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글이다.)


기사 링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40301&artid=20170813215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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