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옥의 방

2017.05.15 15:32

계몽가와 사육사

조회 수 80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마초나 보스기질, 권력욕을 가진 사람이 상대적인 약자나 하부조직원에게 나쁜 평가를 받는 것만은 아니다. 
공공기관의 수장이 그런 기질일 경우 일단 자기조직이 존재감이 없거나 쩌리 취급받는 걸 못참기 때문에 더 큰 구조 안에서 자기 조직의 위상을 높이려 한다. 자신이 가진 자산을 총동원해 본인과 조직의 권력상승을 위해 노력한다. 
조직의 위상이 높아지는 걸 싫어하는 구성원은 잘 없다. 그의 권력지향성은 하부 조직원들에게 마이너스 요인이 아니다. 노동조합과 평화롭게 지내기도 한다.


남자의 마초성은 '어디 여자가!'로도 나타나지만 '내 여자 고생 안 시키고 책임진다'는 태도로도 발휘된다. 가사노동을 반반 부담하자며 노동영역을 따지는 진보남자의 합리성보다 실제 삶에서는 여자한테 더 편하기도 하다.


겉으로 볼 때는 친정부 인사에 문제가 많은 사람인데 내부 구성원들은 만족스럽고, 마초에다 보수적인 남자인데 여자한테 잘해서 불만 없고. 
세상사 이렇게 다양해서 왜 너네 노조는 그런 상황에서 싸우지 않니? 왜 너는 그런 남자를 만나니? 해도 안 먹힌다.


노예근성이라 비판 받는다 해도, 나의 일터에 소속감이나 비합리적인 애정을 가진 사람은 많다. 코르셋 입은 덕에 옷빨 잘 받아서 기쁜 여자들도 많다. 애국심 없어도 에이매치 하면 한국 이기는 게 좋듯, 인간은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는 존재다.


계몽은 인간의 세상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계몽의 목적이 변화라면 설득하고, 토론하고 변화의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런 태도를 잃은 '이즘'의 주창자들은 채찍을 든 사육사와 같다. 

변화 가능성을 인정하기보다 생각과 행동의 교정을 강제하는 건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행위이다. 자신의 논리에 인간을 가둬놓은 채 설득하려는 노력과 태도를 포기하는 한 그렇다. 

들기만 했을 뿐 휘두르지 않는다 해도 인간은 지성으로 진화하는 지능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채찍의 공포를 안다. 그런데 그 주창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사육사와 같다는 걸 모른다.


이선옥의 방 - 짧은생각

잡다한 끄적거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4 MBC노조에 쓰는 반성문 singlesparks 2017.06.16 260
53 어떤 곳을 후원하는가, 어떤 곳을 하지 않는가? singlesparks 2017.06.15 216
52 서사는 힘이 세다-문재인 정부가 가진 서사의 힘 singlesparks 2017.05.18 10378
51 나의 '도의'와 너의 '도의' singlesparks 2017.05.17 607
» 계몽가와 사육사 singlesparks 2017.05.15 809
49 갑을오토텍 변론과 MBC 시용기자 옹호. 기시감 singlesparks 2017.05.14 1480
48 검사장 직선제? 선출은 곧 개혁이라는 환상 singlesparks 2017.05.12 440
47 그 슬로건처럼 singlesparks 2017.05.12 251
46 좋은 시민과 좋은 사장님 singlesparks 2017.05.11 1944
45 여지 singlesparks 2017.03.16 1256
44 내가 프로불편러의 삶을 떠난 까닭 2 singlesparks 2017.03.04 25847
43 백 사람의 십년 file singlesparks 2017.02.19 1163
42 깃발을 든 자, 말의 무게를 직시하라 singlesparks 2017.02.07 5433
41 어쩐지 울어버린 말 singlesparks 2017.01.31 700
40 공정함에 대해 공정할 것 singlesparks 2017.01.24 763
39 성범죄에서 무고죄 적용예외를 반대하는 이유 singlesparks 2017.01.17 972
38 성노동과 인간의 존엄: 켄 로치 감독이 놓친 물음 2 singlesparks 2017.01.10 6019
37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 201b: 아직은 여론재판과 조리돌림에 대해 말할 수 없다 singlesparks 2016.11.25 626
36 서로가, 각자의 호의에 기댄 삶 file singlesparks 2016.08.30 576
35 이것은 여성혐오의 문제가 아닙니다. singlesparks 2016.07.26 104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