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옥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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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하는 박주민 의원이 당선되고 나서 얼마 후 발의한 개혁입법안 중에 검사장 주민직선제가 있다. 참여연대에서도 적극 도입을 주장하는 제도다. 검알못, 법알못인 처지에서 갸우뚱했다. 검사장 직선제가 과연 검찰개혁의 지름길일까?

 

검사장은 전국의 지방검찰청장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자는 제도다. 개혁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교육감을 선출로 바꾼 후 진보교육감들이 당선된 사례를 보며 이 제도에 기대를 거는 것 같다. 임명권자를 국민으로 바꾸면 정권의 시녀라 비판받는 검찰이 국민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고 자연스레 개혁이 될 거라는 논리다.

 

검찰은 법과 밀접해서 사법부같이 인식되지만 행정부 소속이고 통제를 받는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고 잡아넣을 수 있는 권한을 독점하고 있어 어떤 행정부보다도 막강한 힘을 가졌다. 전엔 권력의 시녀라 비판 받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절대 권력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공수처 설치나 검사장 직선제가 개혁 방안으로 제기된다. 언뜻 들으면 주민이 직접 검사장을 뽑으니까 민주주의가 화장되는 게 아닌가 싶고, 시민운동진영이나 법조인 출신 개혁의원이 주장하니까 이게 맞나 싶기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갸우뚱이다.

 

당장, 지방검사장 선거에서 후보들이 대 주민 공약으로 내세울 게 뭘까?

우리나라는 아직 자치검찰제도가 아니고 검찰은 행정부 소속의 한 부처다. 전국단위의 업무가 같다. 그럼 해당 지역의 주민들한테 검사장 후보는 어떤 공약을 내세울 수 있을까?

나는 개혁적이고 민주적인 검사니 뽑아달라 할 테고, 검찰 개혁을 내세울 수도 있을 거다. 그 다음은? 세세하게 어떤 공약이 나올까?

 

우선 떠오르는 건 법과 질서의 확립이라는 슬로건에 맞는 범죄와의 전쟁이다. 범죄자를 처벌하는 기관에서 지역주민에게 내놓을 공약은 주민의 안전을 위해 범죄 강력 대처 같은 치안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주민들은 나쁜 놈 확실하게 잡아서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고 요구할 테고. 성과로 보이는 일을 해야 하는 선출직 입장에서 확실하고 안전한 성과는 치안 문제다.

아이들 안전을 위해, 여성의 안전을 위해,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예비범죄자들 단속을 강화하고 엄벌하겠다고 하겠지. 공안에서 치안으로 검찰의 의제가 넘어갈 텐데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의 확장일지 나는 우려스럽다.

당장 이주노동자가 밀집한 지역, 타시도보다 범죄율이 조금 높게 나오는 지역에서는 예비범죄자를 색출하고 낙인찍는 분위기가 만들어 질 수 있다. 또 강력범죄, 흉악범죄라는 이름으로 성범죄를 특화해서 더 많은 범법자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성범죄는 지역사회 모든 계층과 까탈스러운 운동 진영에서도 엄벌에 동의하는 선명하고 잘 먹히는 이슈다.

 

사실 치안은 경찰의 영역이라 검찰이 내세울 사안으로는 맞지 않다. 현재 구조로는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니까 검경이 모두 범죄와의 전쟁에 올인하는 모양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강력한 치안국가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공포와 불안을 자극하는 말과 제도, 엄벌을 강화하는 대책, 주민이 허락한 감시와 통제의 일상화. 아무리 생각해도 유토피아보다 디스토피아다.

검사장 직선제 주장에는 교육감 직선제를 시행해서 진보교육감들이 나오지 않았느냐 하는 말이 따라붙는다. 그건 결과일 뿐, 허약하고 불안한 현재다. 당장 다음 선거에 누가 당선될지 알 수 없고 언제든 후퇴할 수 있다. 지방자치제를 경험하면서 시스템을 잘 만들면 보수가 집권해도 함부로 못할 거라고 했지만 나빠지는 거 한 순간이다. 그리고 선출직에 대해 임기 중 주민 심판은 어렵다. 제도가 있다 해도 요건이 까다롭다.

 

검사장을 직선제로 뽑으니 권력눈치 안 보고 내부에서 개혁적인 인사가 나와 당선되고 그런 최상의 그림이면 좋겠지만 현실은 홍준표나 김진태다. 또 다른 형태의 정치검사들이 나올 텐데 검사장 직선제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어떤 대책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선출직과 임명직은 각자의 역할과 영역이 있는 것이지 어느 쪽이 더 나은 민주주의라고 볼 수는 없다.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뽑고, 국회의원도 대통령이 임명하던 시절에는 대의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니 직선제 쟁취가 곧 민주화였고, 우리 사회에 아직 그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하지만 검사장의 직선제가 곧 검찰 개혁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출제가 곧 민주주의의 확장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한테 임명을 받느냐보다 어떤 방식의 통제가 효율적인지를 찾는 게 필요하다. 지금 검찰의 막강한 권력은 기소권과 수사권의 독점이라는 구조에 있다. 이를 적절하게 통제하고 배분하는 쪽으로 검찰개혁을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예산은 어떻게 할 건지, 자치경찰제도도 아닌 상황에서 경찰과는, 지방정부와는 어떤 관계를 설정할 건지, 지역토호세력의 끈끈한 유대를 더 강화하는 건 아닌지.. 여러 우려와 궁금증이 계속 든다. 여전히 이건 아닌 것 같다.

 


이선옥의 방 - 짧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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